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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1년여 남짓의 실습이 모두 끝났다. 응급실에서 나오자마자 왁자지껄 하이파이브를 치며 환호하던 우리는 가방을 쌀 틈도 없이 퍼시픽 박스만 달랑 들고 모두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밀린 잠을 채우고, 지친 몸을 끌고 나가 얌전하게나마 칵테일로 축하 파티를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정말 끝난걸까, 뭔가 아리송한 기분으로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다섯시에 부리나케 일어나 강변북로의 다른 운전자들 모두를 저주하며 욕을 퍼붓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며 라디오를 들었다 (세상에!).  보통 이 시간 때 쯤이면 땀이 뻘뻘 나도록 더운 병원 어느 층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스테이션 한 구석에서 혹시라도 지나가는 교수님을 놓칠세라, 힐끔힐끔 눈치를 보고 있을 때인데- 하는 사실에 생각에 미치는 순간, 와! 진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과 감격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렇게 실습은 끝났고, 나는 고시생으로서의 둘째날을 맞았다. 나는 노트를 사고 필기구를 사고 책장에 동화와 퍼시픽을 정리했다. 옷장을 뒤져 츄리닝 스커트와 레깅스를 꺼내고 고등학교 때 이후로 사 본 적 없는 후디와 집엎을 주문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실습이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늦게 끝난 탓에 공부가 많이 밀리고 늦어졌지만, 어쨌거나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듯 한없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이제는 혹시나 교수님 및 레지던트 쌤 및 심지어 나보다도 어려보이는 간호사의 진로를 방해 할까봐 엉거주춤 서 있다가 등과 어깨를 밀리며 '아 쫌!'하는 호통과 함께 째려봐짐을 당할 필요도, 관심도 없고 해독도 안 되는 강의를 들으며 오 세상에 이렇게나 놀라운 일이! 하는 호기심 충만한 초롱초롱 눈망울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일 필요도,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머리를 굴려 저질스러운 질문을 짜내야 할 필요도, 엘리베이터를 놓치고 회진마저 놓칠까봐 아침부터 9층의 계단을 뛰어올라갈 필요도, 의무기록실의 이상한 여자 때문에 이글이글 분노를 태울 필요도, 정말 별 것도 아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마음 쓰고 서로 마음 상할 필요도, 남의 시간과 공간을 축내는 성가신 존재로 취급 당할 필요도- 그러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점도 많을(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_ -) 실습의 몇 가지 단점들 때문에 괴로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앞으로 약 100일간은 평온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짜증도 분노도 억울함도 없이, 조용히 공부를 해야지- 

by 망귀 | 2009/09/22 14:54 | *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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