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30일
마지막날.
한달간 다닌 어학원의 종강날이었다.
매주 화목금 아침, 1200번을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추위를 뚫고 종로 2가의 학원까지 걸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게다가 예과 1학년 땐가, 여름방학 때 신촌 파고다에 이름만 등록한 후 딱 한 번 가고 땡땡이 쳤던 게 내 어학원 경험의 전부였다. 대학생이 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다녀보는 어학원에서의 수업이 낯설까봐 걱정이 됐다. 내가 나이가 제일 많으면 어떡하지, 내가 제일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았다. 과연 내가 한달이나마 여길 끝까지 다니기나 할까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레벨 테스트를 하고 등록하는 순간에도, 결제를 하려고 카드를 내미는 순간에도 나는 내 결정에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오늘 수업이 끝나갈 즈음, 함께 읽기로 했던 책 the secret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은 2백여쪽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주었다. Follow your bliss. 'bliss'를 'something that makes you extremely happy'라 설명하면서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Are you guys following your bliss these days?" 07학번, 우리 가운데 가장 어린 친구가 말을 받았다. "No, not really. Except coming to this class. I like this class."
학원에 앉아 되지도 않는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는게 내게 bliss까지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내게도 한달간의 어학원 생활은 충분히 즐거웠다. 다섯 밖에 안되는 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아침부터 갖가지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떠는게 수업의 전부였으니, 심하게 '빡세'거나 '후달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 다섯 중에 내가 세번째로 어렸으니, 어학원 같은데서는 분명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을거라며 첫날 굳이 청치마에 컨버스를 선택했던 나의 근심도 괜한 걱정이었다!). 어휘력이나 유창한 정도나, 실력이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그것도 하나같이 꽤나 재밌는 사람들 ㅋㅋ) 하루에 한 시간반이나마 영어로 이야기하는게 생각보다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한국에 온지 3주 밖에 안되어 처음 맡은 학생들이 우리였던 선생님 Nico 역시 더없이 훌륭했다. 그는 우리의 짧은 영어를 경청하고, 항상 기분 좋게 교정해 주고, 잘 웃고, 우리를 잘 웃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것은, 우습게도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오는 길, 2월달 수강신청을 할까말까, 문간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소심하게 나와버렸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학교가 개강한 이후로는 학원이 또다른 부담으로 느껴질 것 같아서였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올 일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 종로 2, 1가를 거슬러 광화문으로 향했다. 늘 미친듯이 뛰며 건넌 종로 2가의 횡단보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종이컵 맛이 나는 커피. 학원에 오는 길에 들르곤 했던 로즈버드. 학원이 끝나고 연습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때우던 본에스페. 강의실의 웃는 얼굴들과 Nico의 우렁찬 "Hi, how are you?". 영어로 말하다가도 "에, 그러니까"를 남발하던 우리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다시금 '진짜 대학생'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 어학원 라이프도 하나의 기분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 by | 2008/01/30 00:55 | *그리고 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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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재댄학원은 금욜이 종강이오만 맨 초중고딩판-_-
중딩이 다시금 된 기분을 느끼게 되어 감개무량 ;ㅂ;
결국 방학동안 종로에서 마주치기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구나아ㅠ
왜냐하면 선생님이 훈훈해서